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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만이 능사는 아니죠. 오히려 이득이 많은 WD Caviar Green

수유리 야산밑 2009. 7. 18. 11:59

1. 성능만이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가장 많은 사고를 일으키는 운전자는 누구일까? 한 통계에 따르면 초보 운전자들보다 2 ~ 3년 경력의 운전자들이 더 많은 사고, 더 큰 사고를 일으킨다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운전과, 이에 따라 생긴 자신감이 만용을 불러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무리한 운전을 하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순간을 맞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스스로를 잘 조절하는 유저들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겠지만, 작은 성취감을 지나친 자신감으로 확대 해석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 현실.

 어느 분야이든 가장 무서운 부류는 바로 이런 '선무당'. 전혀 모르는 유저라면 입도 뻥긋 하지 않겠지만, 또 알만큼 아는 유저들은 각각의 소비, 또는 사용자의 패턴에 따라 최적의 제품이 다를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받아들이는 일에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전혀 모르지도, 그렇다 해서 알만큼 알지도 못하는 부류의 유저들은 자신들이 지금껏 알아온 몇 가지 관점과 기준이 마치 절대 허물어질 수 없는 절대 진리인양 이에 어긋나는 제품, 또는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싸잡아 공격하기 일쑤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이런 행태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라는 씁쓸한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니 이런 감상은 더욱 커지곤 한다.

 이는 비단 운전자의 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로 다루는 PC/IT에서도 이런 유저들은 너무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독창적이면서도 빠른 성능, 또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제품은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일반적인 제품의 예를 들어 너무 비싸다고 투덜대곤 한다. 차라리 갖고 싶지만 돈이 부족하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나마 예쁘기라도 할까?

 또 최근에는 무척이나 발전한 하드웨어들을 기반으로 PC의 활용 영역이 확대되며 이에 적합하게 조율된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PC는 빨라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에 사로잡혀 그저 성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나머지 모든 가치들은 깡그리 무시하고 쓰레기 취급하는 유저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리 지독한 흑백논리와 편견을 만나게 될 때면 당황을 넘어 이제 그저 안쓰럽게 바라보고 마는 '포기의 경지'에 필자 역시 이르렀지만, 무언가 시작할 때, 또는 한창 알아갈 때야 말로 그 가능성을 활짝 열고 좀 더 다양한 사고, 다양한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남곤 한다.

 PC의 성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HDD 이기에, 7200RPM으로 거의 모든 제품군이 이동한 상태에서 출시된 5400RPM 제품군이기에 WD Caviar Green이 가져야 했던 딜레마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나름대로 충분한 시장 조사를 거쳐 타당하다는 결론 하에 만들어진 제품군이 분명하건만, 때로는 5400RPM으로 동작하는 그 사실이 원죄와 같이 이 제품군의 평가에 개입되는 예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물론 5400RPM 기반의 HDD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성능상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오히려 시장은 이 새로운 발상의 HDD에 예상 밖의 큰 호응을 보냈고, 결과적으로 WD의 Caviar Green은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남게 됐음을 보면 아직도 '성능'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제품을 평가하고 있는 유저들도 이제 그 관점을 조금 다양하게 넓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2. WD의 성공적인 전략이 만들어낸 BGB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시장에 대응한 WD의 마케팅 정략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들의 제품이 가지는 인지도, 또 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짧은 기간 WD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이는 것이 사실. 여기에 독특한 WD만의 BGB 마케팅도 한 몫 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 제품을 사용 목적에 따라 Black, Blue, Green으로 세분화한 새로운 컬러 마케팅은 사용자들에게 명확한 인지도를 만드는 데 기여하며 WD가 국내에서도, 또 해외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쌓는 데 크게 기여했다.

 어쩌면 이 BGB 마케팅 중 성능에 있어 가장 하위 모델에 해당하는 제품군이 Green이기에 유저도, 또 관련 업계도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을지도 모를 일. 대부분의 경쟁업체들이 WD의 Green을 '필요 없는 제품'으로 인식하더니, 이의 큰 성공을 목격한 후에야 부랴부랴 비슷한 컨셉의 제품들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Green이 예상보다 큰 반향을 몰고 온 것만은 분명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WD Green

 WD Caviar Green은 현재 500GB ~ 2TB에 달하는 다양한 용량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제품은 중국에서 시작된 독특한 용량의 808/8GB. 중국인들이 워낙 숫자 8을 좋아하는 관계로 이를 겨냥해 만들어진 제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750GB와 1TB 사이를 잘 메울만한 제품이기에 결국 국내에서도 이를 출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물론 가격 역시 750GB와 1TB 사이.

 유저들의 예상, 그리고 경쟁 관계에 있는 타 업체들의 예상과 달리 Green 제품군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데에는 이들이 간과했던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필자가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Green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이를 이미 구입한 유저들은 이미 잘 알고 있을 내용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WD Caviar Green이 소비자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장점들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것이 이 제품군이 거둔 성공의 초석이 되었을 것임은 분명 주지할만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WD Caviar Green 제품군이 가지는 강점들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 역시 머리가 좋지 않아 여타 유저들이 생각할 수 있는 그 이상을 짚어내긴 어렵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제품은 나름대로의 분야에 효과적인 솔루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결국 성공과 연결된 장점이기도 했을 것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 독특한 808.8GB

 WD의 강한 자신감은 여기저기에서 묻어난다. 여타 업체와 달리 공격적인 전문 디스트리뷰터의 영입을 통한 국내 시장 공략, AS 강화에서부터 하반기 국내 시장에 대응하는 그들의 전략 발표회를 개최하는 등 최근에도 그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08.8GB의 독특한 용량을 가진 Green 제품도 이런 차원에서 국내 출시를 결정한 모델. 가격과 용량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이 제품군의 사용자들에게 보다 폭넓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품임과 동시에 750GB와 1TB 제품 사이의 갭을 효과적으로 커버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 거실을 이렇게 꾸미기엔 좀........

 최근 넷북, 넷탑 등으로 대변되는 다소 느리지만 작고 조용한 PC가 대두되고 있는 것도, 또 기존 PC의 활용 영역을 넘어 HTPC, 또는 PC-Fi 등으로 PC가 세분화되고 있는 것도 하드웨어의 성능이 충분해지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에 활용하려는 새로운 욕구들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엔 단지 작업을 위한 빠른 시스템, 또는 하드웨어 자체를 즐기는 마니아들로 구분됐다면 이제 일이 아닌 생활, 또는 오락에까지 PC가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고, 이런 다양한 활용 만큼이나 PC를 선택하는 기준도 다양해졌다. 빠르지만 크고 시끄러운 PC를 거실에 놓아두고 싶은 유저가 있을까? 거실의 PC는 작고 예쁘며, 각종 동영상의 재생에 무리가 없는 성능을 보유해야 한다. 덧붙여 무엇보다 거실의 인테리어와도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에 빠르긴 하되 크고 시끄러운 PC가 어울릴 리 만무하다.

 이런 PC를 구성하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7200RPM 기반의 시끄러운 HDD는 그 성능에 있어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반면 소음과, 이의 처리에 따르는 또 다른 비용이 소요되기도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음악이나 영화의 감상을 방해 받는다면 오히려 본연의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유저들에게는 동영상, 음악 등 어떤 멀티미디어에도 충분한 데이터 스트리밍을 제공하며, 상대적으로 발열과 진동이 적고 소음도 적은 HDD가 더욱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는 것이 사실.

 

 

3. Caviar Green은 정말 느린가요?

 어느 제품이든 나름의 장단점은 모두 가지게 마련이다. WD Caviar Green이 가지는 단점이라면 역시 조금은 떨어지는 퍼포먼스. 각종 전문 작업을 위한 시스템이라면 역시 적합하다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무리 Green이 조용하고 친환경적이며, 진동이 적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가지는 단점. 때문에 빠른 퍼포먼스가 필요한 시스템이라면 그만큼 빠른 HDD를 선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다만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사실. 퍼포먼스가 필요한 시스템이 있는 만큼 저전력, 친환경, 저소음, 저진동 등 좀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구들이 수용되어야 할 시스템도 있다는 부분이다. '퍼포먼스'는 분명 시스템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그것이 모두 다라는 편견만 집어 던진다면 말이다.

▲ 이 난장판이란....... 하지만 돌려보자

 WD Caviar Green 모델이 정말 느릴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느리다'. 하지만 이는 현 세대의 제품들 중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7200RPM 제품군과 성능을 비교할 경우로 국한시킬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WD Green이 가진 성능은 PC를 통해 이루어지는 어떤 대용량 멀디미디어 테이터의 스트리밍 처리에도 넉넉하게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가장 빠른 제품과의 성능 비교에서나 느리다는 평이 옳을 뿐, WD Caviar Green이 바라보고, 또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성능을 기준으로 보자면 반대로 "충분히 빠르다."고 평할 수도 있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 Sequential Data Transfer Rate

 당대의 7200RPM 기반 HDD와 비교하자면 약 20MB/s 가량 전송률이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세 개의 WD Caviar Green 제품을 테스트 하였는데, 동일 기반의 제품들인 탓에 성능이 거의 비슷하고, 때문에 비슷한 위치에 그래프가 그려지다 보니 조금은 지저분해 알아보기 쉽지 않아져 버렸다. 전반적으로 읽기 그래프는 약 100MB/s ~ 45MB/s 사이에서 형성되며, 쓰기 속도는 85MB/s ~ 40MB/s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100MB/s 안팎의 속도를 가지는 HDD의 성능을 '느리다'라고 평했을까? 단지 Green 제품군이기에 그저 "속도는 느리겠네" 라는 예상들이 지배적이었을 뿐, 위 그래프의 결과는 느리다고 하기엔 상당한 수준이다. 퍼포먼스 PC의 OS용 드라이브라면 단 1MB/s도 아쉬운 것이 현실이겠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이만한 성능으로도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효용은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으니 이를 느리다고 평가하는 것은 분명 어폐가 있는 느낌이다.

▲ 평균 전송률

 WD Caviar Green의 평균적인 전솔률은 읽기 78MB/s, 쓰기 69MB/s 수준. 과거와 비교하면 5400RPM으로 구동되는 HDD 치고는 상당히 빠른 성능을 보인다. 여기에 효과적인 저전력, 저발열, 저소음이 곁들여지면 HTPC등 열과 소음에 민감한 시스템에 최적의 솔루션이 된다.

 WD Green의 동작 소음은 25 ~ 29dB. 이만한 수준은 거의 모든 환경에서 사용자가 소음을 느끼기 힘들다. 케이벤치 사무실이 평균적으로 45 ~ 50dB 수준의 소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조용한 집안의 거실 수준의 소음이 이와 비슷하다고 하면 될까?

▲ CrystalDiskMark

 간단하지만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CrystalDiskMark 결과에서도 이런 맥락은 그대로 이어진다. 한 세대 전의 제품이긴 하지만, 330GB 플래터를 채용한 1TB/7200RPM 제품의 결과를 함께 살펴보면 WD Green이 가진 성능이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것만큼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Access Time

 5400RPM 기반 HDD들이 7200RPM 기반 HDD들보다 다소 느리다고 느끼게 되는 결정적 요인은 전송률이 아닌 Access Time 때문. 이는 사용자가 명령을 입력하고, 입력된 명령에 HDD가 반응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라 단순화시켜 이해할 수 있는데, 스핀들의 회전 속도가 빠를 수록 이 반응 속도 역시 빨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7200RPM 계열이 13ms 수준의 Access Time을 갖는 반면 5400RPM 제품군이 이보다 낮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 WD Caviar Green 모델 역시 5400RPM 기반이므로 조금씩은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큰 용량을 제공하는 2TB 제품이 여덟 개의 헤드를 사용하는 탓에 조금은 뒤쳐지는 결과를 보였으며, 두 장의 플래터를 사용하는 808.8GB/1TB는 5400RPM 기반임에도 의외로 빠른 반응 속도를 가져 필자 역시 놀랐던 부분. 2TB 제품에 비해 적중률이 높을 충분한 개연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7200RPM 제품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Access Time을 개선시켰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 사실. 비록 330GB 플래터 채용 모델이긴 하지만 7200RPM 기반의 1TB 제품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Access Time을 줄이고 있는 점은 매우 전향적인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한 수준의 Access Time이라면 5400RPM 제품으로는 드문 수준의 빠른 반응을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특징은 WD의 IntelliSeek 기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액츄에이터가 신속하게 이동해 플래터가 해당 위치에 다다를 때까지 대기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비 및 진동을 줄이고, 플래터의 회전에 맞추어 정확히 액츄에이터를 제어함으로써 보다 빠른 Seek Time과 효과적인 전력, 소음의 절감을 이루어냈다.

▲ 전력 소모

 하지만 WD Green은 약간의 성능 대신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또한 사실. 안타깝게도 케이벤치 내부에는 전력 소모량을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만한 장비가 구비되어 있지 못했지만, 간단한 전력 측정기를 통해서도 WD Green의 우수성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한 시스템에 하나의 WD Green을 추가했을 때, 그리고 7200RPM 기반의 HDD를 하나 추가했을 때의 전체적인 전력 소모량을 비교해보면 두 HDD가 소모하는 전력량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긴 하지만, 동일한 시스템, 동일한 조건 등 모든 환경을 완전히 똑같은 상황으로 만든 후 테스트를 진행하였으므로 어느 정도 신뢰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스템에 7200RPM HDD 하나를 추가한 후 아무런 작업을 하지 않는 경우 전체적인 전력은 100W를 소모한 데 비해 WD Caviar Green을 하나 추가했을 경우 93W를 소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타 제반 조건이 동일하므로 결국 두 HDD는 Idle 시에도 약 7W 가량의 소모전력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툴을 이용해 HDD에 부하를 가하는 경우 7200RPM은 105W까지 전력 소모량이 상승하였으며, WD Green은 약 98W 수준에서 상승이 멈추었다. HDD가 CPU를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어야 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HDD의 헤드가 동작하기 시작하면 약 5W 가량의 추가적인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만한 결과이다.

 전체적으로 WD Green은 7200RPM 기반의 제품들보다 평균 5W 남짓 전력을 적게 소모하고 있는데, 이런 차이를 년 단위로 환상한다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아닐까? WD가 주장하고 있는 평균 4 ~ 5W의 전력 절감 효과가 사실이라는 점 역시 이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말이다.

▲ 온도 측정

 HDD는 대개 비슷한 구조를 가졌지만, 제조사마다의 특징적인 구조가 이에 가미되기 때문에 발열 지점이 동일하지 않다. 이 점을 먼저 고려하고 결과를 살펴보자.

 Idle 시 WD Caviar Green은 약 38℃ 가량인 반면 7200RPM 제품은 이미 42℃를 넘어서 있다. 여기에 HDD가 계속 사용되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를 루프로 실행한 후 온도를 측정하였는데, 한 시간이 흐른 후 WD Green이 약 41.8
℃까지 온도가 상승한 데 비해 7200RPM 제품은 47.3℃까지 온도가 높아져 있었다. 약 5.5℃ 가량의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셈.

 이밖에 소음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케이벤치 내부에 존재하지만, 이를 측정할 수 있을 만큼의 조용한 환경을 만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또 진동에 대한 부분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없던 점은 두고 두고 아쉬운 부분. 소음에 대한 부분은 '느끼기 힘들다'는 평이 정답일 듯 하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매우 정숙하게 동작하며, 부드럽고 빠른 액츄에이터의 동작으로 인해 거친 소음이나 진동이 유발되지 않는 것 또한 커다란 장점. 때문에 거의 모든 상황에서 극도로 정숙한 제품이 바로 WD Green이라 할 수 있다.

▲ 이런 시스템을 원해?

 빠른 PC가 필요한 분야에 WD Caviar Green은 분명 2%의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멀티미디어 PC 등을 구현하고자 하는 유저라면? 어쩌면 그 2%는 부족이 아니라 그로 인해 그 이상의 효용을 얻게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될 수 도 있다. 낮은 전력 소모, 잘 제어된 발열과 진동, 극도로 조용한 동작 소음은 쾌적한 컴퓨팅 환경에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렇게 '성능' 이외의 가치들이 요구되는 시스템이라면 오히려 WD Caviar Green은 최선의 선택이라 할만하다. 어쩌면 그것이 이 시리즈의 성공 비결이기도 할 테고 말이다.

 만일 빠른 성능, WD Caviar Green과 같이 정숙하며, 저발열, 저진동을 모두 갖춘 HDD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되겠지만, 어쩌겠는가 현재로선 바로 이 제품 이상 가는 효용을 제공하는 제품이 없는 것을..............

 

 

 

4. 눈을 돌리면 Caviar Green의 높은 효용성이

 WD의 BGB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복잡한 모델명을 알 필요 없이 단지 색상만으로도 이 제품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HDD인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이를 어려워하는 유저들에겐 더없이 쉽고 간편한 접근법인 셈. 모델명과 스펙을 줄줄이 꿰차고 있을 유저들에겐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겠지만, 시장이 항상 이런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결과가 이미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으니 이는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일 것이다. 비록 경쟁사의 '삽질(?)'이 그 과정에서 조금은 보탬(?)이 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아무튼, WD의 효과적인 시장 공략과, 이에서 얻은 자신감은 808.8GB 등 WD만의 독특한 제품과 연결되며 국내에서 WD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WD Caviar Green은 WD의 BGB 중 성능으로 볼 때 최하위에 속하는 제품군. Blue와 Black이 7200RPM, 또는 그 이상으로 회전하는 퍼포먼스 레벨의 HDD라면 Green은 5400RPM으로 회전하는 비교적 성능이 낮은 수준의 제품이다. 초기에는 5400RPM ~ 7200RPM 사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게 된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길도 없을 뿐더러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필자 역시 사실이라 믿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액츄에이터의 효과적인 제어를 통해 5400RPM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조금은 느린 Access Time을 효과적으로 극복해 냈으며, 이런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전력의 사용과 진동, 소음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것은 Green만이 가진 커다란 장점. 전반적인 성능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뛰어나며, 동작 소음과 진동은 아예 느끼기 힘든 수준으로 잘 억제되어 있다.

 퍼포먼스를 위해 6,000RPM이 넘는 고속의 팬 소음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유저들이 즐비했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이건만, 최근 PC는 그 다양한 활용 영역 만큼 이에 적합한 다양한 하드웨어를 요구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만큼 다양한 환경, 이에 어울리는 다양한 특징의 시스템들로 소비자들의 욕구가 세분화됐기 때문에 WD Caviar Green과 같은 제품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던 것일지도 모를 일.

 아무튼, WD Green이 가지는 저전력, 저소음, 저발열, 저진동과 같은 긍정적인 특징들은 무소음, 또는 이에 최대한 근접한 PC가 필요한 PC-Fi, HTPC, 멀티미디어 PC 등에는 최고의 선택이라 할만하다. 비록 최신의 HDD보다 성능에서 약간의 부족함이 있다 해도 이런 기능을 위한 PC에 사용하기엔 OS와 데이터의 저장, 재생에 함께 이용하기에도 차고 넘칠만한 성능이다. 여기에 같은 가격에 얻을 수 있는 확연한 용량의 우위가 가미되고 나면 WD Green만의 독보적인 영역의 구축이 완료되는 셈. 한 마디로 조용한 PC,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PC라면 WD Caviar Green이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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